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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 생존과 남극 기지의 비밀

남극 대륙의 동토 속 고대 탄소 저장소 탐사

by 슬로우 리서처 2025. 5. 27.

1. 동토층 탄소 저장소의 존재 가능성 – 남극의 탄소 타임캡슐

남극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대륙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아래에는 수백만 년에 걸쳐 퇴적된 고대 퇴적층과 동토층(permafrost)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동토층은 단순히 얼음과 토양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생물체와 식생, 유기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탄소를 대규모로 저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탄소 저장소(Carbon Reservoir)로서의 남극 대륙은 그 자체로 기후 변화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극지 지질학 연구에 따르면, 남극 동토층에는 플라이오세(Pliocene) 또는 그 이전 시기의 식물성 유기물이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유기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고농도로 존재하던 시기의 지표 식생 잔재일 수 있으며, 당시 남극이 지금보다 훨씬 온화한 기후를 경험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얼음으로 봉인된 채 보존되어 있는 이 유기 탄소가, 기후 변화에 따라 해빙되면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는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이는 탄소 순환과 기후 변화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2. 남극 탄소 매장층의 지질학적 특성 – 깊은 얼음 아래의 퇴적 지형

남극의 탄소 저장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빙하 아래의 지질 구조에 대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트랜스앤타르크틱 산맥(Transantarctic Mountains)과 동남극의 일부 퇴적 분지에서는 해양퇴적층 및 호수 퇴적층의 존재가 확인된 바 있으며, 이 지역들은 동토층 아래 깊숙한 곳에 유기 탄소를 함유한 퇴적 지층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위성 기반 중력장 분석 및 지구물리학적 자료에 따르면, 남극 대륙은 북반구의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처럼 비교적 얕은 지하에 광범위한 동토층이 형성되어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대신 빙상 아래 수백 미터 이상 깊이의 퇴적 분지에 유기 탄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수백만 년간 분해되지 않고 봉인되어 온 형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유기물은 온도 상승이나 빙상 후퇴가 일어날 경우 분해가 촉진되어 메탄이나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방출될 수 있는 기후적 위험 요인이 됩니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성은 탐사 장비 개발의 방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동토 굴착이 아닌, 극저온 고압 환경에서의 안정적 코어 시추 기술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자동화된 드릴링 시스템, 비침습성 지질 레이더 탐사 기술 등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남극 대륙의 동토 속 고대 탄소 저장소 탐사

3. 탄소 방출 가능성과 기후 변화 시나리오 – 과학적 경고

지구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남극 빙상의 후퇴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는 남극의 일부 지역에서 지표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얼음 아래 동토층의 온도도 임계점을 향해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이 동토층이 해빙되면 고대 유기물의 미생물 분해가 시작되어 탄소가 방출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북극에서 이미 관측된 현상과 유사합니다. 북극 툰드라 지역의 동토 해빙은 메탄 방출을 증가시켰으며, 남극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날 경우, 전 지구 탄소 순환 시스템은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IPCC 보고서는 이러한 메탄 방출이 피드백 루프를 형성할 경우, 현재의 온난화 속도를 두 배 이상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극의 동토층은 단순한 탄소 저장소를 넘어, 지구 기후 시스템의 ‘도화선’으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래 기후 예측 모델에서도 이 요소는 반영되고 있으며, 특히 CMIP6 모델에서는 남극 지하 탄소 저장소의 영향력을 시뮬레이션에 포함시켜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 간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4. 국제 공동 탐사와 향후 과제 – 탄소 데이터의 확보와 정책 반영

현재 남극의 동토층 및 탄소 저장소에 대한 탐사는 개별 국가나 단일 연구소의 수준을 넘어, 국제 공동 프로젝트 형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국제극지관측계획(IPICS) 및 유럽극지연합(EGU),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의 협력이 있으며, 이들은 남극 동토층의 코어 샘플 확보, 탄소 동위원소 분석, 미생물 유전자 분석 등의 작업을 공동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탐사 결과는 단순한 학문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 정책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및 IPCC는 남극 유기 탄소 방출량 예측치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리스크 시나리오를 조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해수면 상승 예측에도 이 요소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첫째, 더 많은 탄소 코어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 데이터를 실시간 기후 예측 모델에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셋째, 이러한 과학적 분석 결과가 국제적 정책 결정에 즉각 반영되어야 합니다. 특히 탄소 시장 메커니즘이나 탄소세 제도에서 ‘잠재적 방출원’으로서의 동토층 탄소가 고려되어야 할 시점입니다.